조절되지 않는 열과 발진으로 방문한 환자에서 엡스타인-바바이러스 감염으로 유발된 적혈구포식성림프조직구증식증 1례
A case of 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 caused by an Epstein-Barr virus infection, presenting with unremitting fever and rash
Article information
Trans Abstract
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 (HLH) is a hyperinflammatory syndrome caused by excessive activation of lymphocytes and macrophages, leading to cytokine storm. Infection-associated HLH is most common, and Epstein-Barr virus is the leading triggers. Quick diagnosis is essential for starting the treatment before irreversible damage. We report a case of 16-year-old boy who presented with unremitted fever, jaundice, and erythematous maculopapular rash all over the body. Investigations showed thrombocytopenia, hyperferritinemia, hypertriglycemia, and the bone marrow biopsy showed hemophagocytosis. Epstein-Barr virus antibody was positive. He responded to chemotherapy as per the HLH-2004 protocol and supportive treatment, and was discharged without complication on day 17.
서론
적혈구포식성림프조직구증식증(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, HLH)은 단핵구 및 식세포계의 지속적 활성화로 인해 조절되지 않는 과염증 반응이 발생하는 임상적 증후군으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50% 이상의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[1]. 유전적 결함 및 면역약화에 흔히 동반한다고 알려졌지만, 건강한 사람에게서 감염, 류마티스모양질환, 종양, 대사질환 등에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초기 증상은 전신염증반응증후군과 유사하다. 따라서, HLH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, 응급실에서 이 질환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진단해야 한다. 이에 본 저자는 조절되지 않는 열, 황달, 발진으로 방문한 16세 환자에게 HLH를 의심하고 진단한 후 적절히 치료한 증례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.
증례
16세 남자 환자가 열과 황달을 동반한 전신 발진으로 본원 응급실을 방문했다. 방문 9일 전 열이 시작되어 해열제 및 타미플루를 복용했으나 열 지속하던 중, 1일 전부터 복통과 발진을 동반했다. 이에 대해 외부병원에서 바이러스간염 의증 소견을 들었다. 특이 과거력 및 가족력은 없었다.
방문 당시 의식은 명료했고 얼굴, 몸통과 사지를 침범한 홍반 반구진을 보였다. 초기 활력징후는 혈압 129/61 mmHg, 호흡수 20회/분, 심장박동수 97회/분, 체온 37.4℃였으며, 신체검사에서 공막 황달과 2 cm 크기의 양측 경부림프절비대를 보였다. 복부는 부드러웠으나, 팽만, 가벼운 우상복부 압통, 간비대(3횡지), 비장비대(2횡지)를 보였으며, 머피징후는 음성이었다.
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5,200/μL, 혈색소 12.5 g/dL, 혈소판 70,000/μL,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483 IU/L,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148 IU/L, 알칼리인산분해효소 791 IU/L, 총빌리루빈 9.7 mg/dL, 총단백 5.3 g/dL, 알부민 3.2 g/dL, 콜레스테롤 78 mg/dL, 아밀라아제 21 U/L, 리파제 22 U/L, 혈액요소질소 12.5 mg/dL, 크레아티닌 0.8 mg/dL였다. D-dimer가 2,862 ng/mL (참고치: 0-250 ng/mL) 로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혈액응고검사, 심장효소검사, 전해질검사는 정상이었다.
흉부 및 복부 단순 방사선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고, 응급현장초음파에서 소량의 흉막삼출과 복수, 담낭벽 부종을 보였으나 담도폐쇄는 없었다.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간비장비대, 소량의 복수, 후복막 및 장간막의 다발 림프절비대 외에 다른 병적 소견은 없었다(Fig. 1). 열의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혈액검사 결과, 말초혈액펴바른표본에서 혈구포식 소견은 없었으나 비정형림프구증가증(25%)이 있었고, 페리틴 6,107 μg/L (참고치: 15.7-92.4 μg/L), 트라이글리세라이드 241 mg/dL (참고치: 1-200 mg/dL)로, HLH 추정진단으로 입원했다.
제1병일에 의식은 명료했고 신경학적결손이 없었으며,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중추신경계 병소는 없었다. 제2병일에 시행한 골수생검에서 증가된 조직구에 의한 혈구포식을 보여 HLH-2004 치료방침에 따른 화학요법(dexamethasone, etopside, cyclosporin)을 시행했다. HLH의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분자생물학 및 면역혈청검사에서 엡스타인-바바이러스(Epstein-Barr virus, EBV) viral-capsid antigen IgG와 IgM, EBV 중합효소연쇄반응 모두 양성이었다. 환자는 HLH에 대한 화학요법과 수혈을 포함한 지지요법 후 전신 증상이 호전되어, 제17병일에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.
고찰
1939년 최초로 보고된 HLH는 림프구 또는 대식세포의 과도한 활성화가 시토카인의 과분비(cytokine storm)를 초래하는 증후군이다. 이 과정에서 임상적 및 혈액학적 이상이 나타나며 과염증 상태가 비가역적으로 진행하여 조직 손상 및 장기 부전을 유발한다. HLH는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2개월 미만이다[2]. 또한, 비특이적 임상적 및 혈액학적 이상으로 초기에 단순 감염으로 오인하여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[3,4].
HLH는 일차(가족성) 및 이차(후천성)로 분류한다. 일차 HLH의 원인은 T 림프구 및 자연살해세포 내 세포독성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유전적 결함으로,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이며 유아 및 어린 소아에서 호발한다[5]. 반면, 이차 HLH의 원인은 잠복감염, 자가면역질환, 종양 등에 의해 림프구 및 자연살해세포의 세포독성 기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, 단핵구-식세포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며 성인에서 호발한다. 하지만, 최근 성인 HLH 환자 17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14%에서 발견되어 일차로 진단하여, 나이에 따른 일차 여부 분류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[5]. 이차 HLH는 B세포림프종, T세포림프종, 호지킨림프종,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, EBV 감염이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. 이중 EBV는 동양인에서 발생하는 HLH와 연관성이 높다.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EBV 감염은 무증상이 흔하고, 청소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단핵구증도 지지요법만으로 후유증 없이 완치할 수 있다. 그러나, EBV 연관 HLH는 다른 이차 HLH와 달리, 적극적 치료에도 사망률이 56.7%에 이른다[6]. 따라서, EBV 감염 초기에 HLH를 감별진단으로 고려해야 한다.
HLH의 주요 임상증상은 지속하는 열, 간비장비대, 혈구감소증이다. 황달, 전신 림프절염이 나타날 수 있고, 소아환자의 65%에서 홍역모양 발진이 나타나며 일부에선 홍반을 보인다[7]. 또한, 소아환자에서 중추신경계 침범이 흔하여, 발작, 수막뇌염, 운동실조, 편마비, 뇌신경마비, 의식저하, 단순 흥분상태를 보일 수 있다. 따라서, 피부 병소 및 신경학적결손은 진단기준에 포함되지 않더라도, 이를 동반한 열 환자에겐 HLH 가능성을 고려한 진단 계획이 필요하다. 본 증례에선 의식이 명료했고 전신 발진에 간비장비대, 황달을 동반하여 HLH를 의심하여 관련 검사를 시행했다.
특징적 혈액검사 결과는 페리틴, 트라이글리세라이드, 아미노전달효소, 빌리루빈, 젖산탈수소효소 증가와 피브리노겐 감소이다. Histiocyte Society에서 시행한 HLH-2004 임상연구를 통해 제시한 표준 진단기준이 HLH 진단에 유용하다(Table 1) [8]. 하지만 방문 당시 진단기준의 일부만을 만족할 수 있고[9], 특히 골수 또는 조직 내 혈구포식은 드물게 보인다. 또한,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검사로 perforin 등 유전자검사가 대두하면서 골수나 조직 내 혈구포식으로 HLH를 진단하는 것이 선별검사로 우수하지 않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[10]. 반면, 페리틴은 다양한 질환에서 상승할 수 있지만 특이도가 높다. 소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페리틴 농도 ≥ 10,000 μg/L의 HLH 진단에 대한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0%와 96%였으며, 보다 대규모 연구에서도 페리틴 농도 ≥ 2,000 μg/L를 HLH 진단에 특이적인 cutoff로 제시했다[11,12]. 페리틴은 예후인자로도 의미가 있으며 초기 페리틴 농도가 50,000 μg/L 이상이거나, 초기 치료 후 페리틴 농도 감소 폭이 50% 미만이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[13]. 본 증례에선 페리틴 농도가 6,107 μg/L로 상승하여 초기에 HLH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고, 치료 전후에 9,251 μg/L에서 2,000 μg/L 미만으로 감소하여 화학요법에 반응했음을 알 수 있었다.
HLH가 진단되면 과염증 상태가 비가역적으로 진행하여 조직 손상을 유발하기 전에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. 특히 이차 HLH가 치료에 잘 반응하면, 추가 치료가 불필요하므로,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[1]. 또한, 감염에 의한 HLH에서 감염원에 대한 직접 치료가 필요하다. EBV 연관 HLH에서 rituximab이 EBV를 포함하고 있는 B림프구 수와 페리틴 농도를 유의하게 줄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[14]. 본 증례에선 EBV 감염을 확인했으나 HLH-2004에 따른 화학요법을 적용하여 좋은 반응을 보여 rituximab을 투여하진 않았다. 신속한 치료가 생존율을 높이지만, 성인에서 발생하는 HLH의 전체 사망률은 58%-75%로 여전히 높다[15,16]. 최근 저단백혈증 또는 고페리틴혈증, 악성종양, 남성, 고령을 나쁜 예후인자로 보고했다[17,18].
HLH를 조기에 인지하여 신속한 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에 중요하다. 특히 원인이 불분명한 열 환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HLH를 초기에 의심하고, 간비장비대, 혈구감소증, 페리틴 ≥ 500 μg/L를 보이면, HLH를 진단하기 위한 추가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화학요법을 위해 소아 혈액종양 전문가와 협진해야 한다.
Notes
이해관계
본 저자는 이 논문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없음.
Acknowledgements
본 저자는 이 논문과 관련된 재정지원을 받지 않았음.